옛 친구
옛 친구라면 단연 발갛게 고추 내놓고 같이 큰 죽마고우인 초등학교 동네친구거나 멋모르든 중학교 때 오래된 친구들이 손꼽히리라 생각된다.
부산에 자리 잡고 살면서 그 옛날 뜻 맞는 진주중 동기들 몇몇과 매달 한 번씩 만나서 시시콜콜한 얘기나 나누면서 친목을 다지는 <晋友會>라는 모임이 있다.
왕년에 좀 잘 나갈 때는 연 2회 정도 부부 동반하여 나들이나 연말 모임도 종종 갖고 하였는데 거의 퇴직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지니 우리들 모임도 차츰 줄어드는 느낌이 들곤 한다. 친구들 왈 “이번 월례회는 너거 고향 별장이 안 좋겠나?” 하길래 쾌히 승낙하고 D-day를 7월 28일로 정했다. 부산에 있는 모이는 친구가 10명인데 처음에는 8명이 참가희망 출발 전은 5명이 막상 북천 도착은 3명으로 줄었다.
하루 앞날 동생이 탁자 등 짐도 실어 갈 겸 북천에서 왔을 때 친구 들 접대용 장도 좀 보고 해서 나도 그 화물차 타고 북천에 같이 오게 되었다.
인근에 살고 있는 수년간 만나지 못한 중학동기 5-6명도 같이 초대했는데 한 사람밖에 참석치 아니하여 북천 별장에는 모두 해서 5명 뿐 이였다.
엄마 손맛을 이어온 아주머니께 부탁해서 솔향기 그윽한 동동주 청주도 준비하고 했는데 참석자가 작아서 좀 서운한 감도 있지만 옛날로 돌아온 기분을 느낀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참석 친구 왈 “고향집을 별장으로 고친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멋질 줄은 몰랐었다”고 평소 멋대가리 없는 자들이 제법 감탄하는 걸 보니 풍광이 좋긴 좋은 모양이다.
새우도 굽고, 돼지 주물럭과 바베큐, 낙지구이도 겹들이니 술맛 좋은 동동주와는 찹쌀 궁합 이였다. 특히 혹시나 싶어 아내가 챙겨주어 준비해 왔다는 친구 최명호의 된장국, 생김치. 멸치볶음, 나물과 삶은 계란과 삶은 감자를 보면서 남편 놀러 가는데 하나하나 챙겨주는 부인( 사실 3일전 어느 음악동호회에서 최명호 부부의 프릇 연주 후 북천에 우리 집사람은 참석 못하고 남자들만의 모임이란 말은 명호 부인께서 들었지만)의 정성으로 우린 옥종 온천장에 가지 않고 그 반찬에 밥을 손수 지어 먹거나, 냉면을 배달시키거나 또는 컵라면으로 때우기도 하면서 목욕도 옥당폭포(얼마 전 가족이 모인 곳에서 본인의 아호인 沃堂을 취하여 명명)의 자연 계곡수에서 즐기면서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것을 제외하면 정말 재미있는 모기장속에서 동심의 하루를 보냈다.
아직은 조금 서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 정취에 어울리는 명호 친구의 川松亭 정자에서의 프릇 연주도 분위기를 잡을 수 있었고, 폭포수 떨어지는 소리에 맞춰 한잔씩 나누는 술잔은 평소 술이 약한 명호와 화서 두 친구도 몇 잔을 기울이는 더 없는 좋은 분위기는 인근에 거주하는 참석키로 한 친구들이 참석치 못함이 유감이였다.
이젠 나이도 들고 하니 여유를 갖고 종종 모여서 옛이야기나 나누고 좀 한가롭게 살자고 하면서 다가오는 가을에는 단풍구경과 아울러 알갱이 잔 싸락밤 이지만 주워 군밤이나 먹으면서 또 정취에 취해 보자는 약속을 하면서 부산으로 돌아왔지만 그 약속이 쉬 지켜질지? 생각하면서 진우회의 북천 나들이를 접는다.
친우들이여! 부디 이승을 떠날 때까지 건강하시게나.
2006년 8월 1일 에어콘도 멈춘 연구실에서 : 최 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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