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흘러 停年이 가까워 오니 인생관도 조금씩 바뀌는 것 같고 인간이 좀 더 성숙해가는 것 같기도 하고 때론 지난 날 들을 뒤 돌아 보면 성취도 없으면서 조금은 달려온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집사람의 말을 빌리면 술자리에 앉으면 도끼 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酒聖의 경지에 들어가는 만사를 잊어버리는 술꾼으로 치부될 정도로 다른 사람에 비하면 뒤볼 새 없이 바쁘게 뛴 것도 아니며 성취보다는 겨우 자기 몫이나 하려고 급급해 온 것 같습니다.
김성환의 <인생>이라는 노래에 “세상에 올 땐 내 맘대로 온 것 아니지만 뒤볼 새 없이 나는 뛰었지 --- 중략 --- 남은 인생이나 잘 해봐야지”라는 가사에서 “남은 인생이나 잘 해봐야지”가 오히려 가슴속에 와 닿습니다.
간혹 친구나 친지의 정년퇴임식에 갈 때에 “축 퇴임”도 그렇고 적당한 말을 몰랐었는데 致仕라는 좋은 말이 있어서 지금은 남들에게 권하기도 합니다. 致仕를 사전에 찾아보면 “나이가 많아서 관직을 내어 놓고 물러남”이라고 정의하고 있는데 연전의 TV 연속극 “武人時代”에서 정권을 잡는 무인들이 선배에게 물러나도록 할 때 “이젠 치사 하시지요” 하고 대사로 많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 들었다.
이제 동기생 친구들도 갑년을 맞이하게 되어 자의보다는 타의로 직장이나 일상 활동에서 물러나면서 아직은 정년이 6년이나 남은 우리들을 부러워하곤 하 길래 60이 넘으면 힘 있는 자나 없는 자나 다 똑같다고 하면서 별 일 없으면 내 정년 할 때까지 내게 오면 같이 놀아 준다는 그런 마음으로 그저 인생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살아간다고 말을 합니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직장생활이고 여태껏 가정생활에서도 아내에게 잘 해준 것 보다는 술 마시고 가슴 태우게 한 일이 많아서 위암수술 할 때의 절박한 심정으로 “아내를 살려주신다면 아내 보살피기를 시준할머니 모시는 것보다 잘 하겠노라고” 맹세했지만 조금씩 회복해 이젠 식사준비도 제대로 하고 하니 갈 때와 올 때 마음 다르다고 벌써 옛 생각은 온데간데없고 잘 해주기보다는 바라는 욕심이 앞서게 됩니다.
마침 조상님 덕분에 자리 잡은 고향의 집을 별장으로 개축하여 앞으로 5~6년 남은 정년을 귀거래사에 준비하면서 그 동안 팽개쳐 두었던 뒷산의 밤나무도 손보고 고구마 밭도 손보아 겨울철이면 찾아오는 친구들에게 군밤이나 군고구마 대접할 생각만 해도 가슴 뿌듯하고 잔디밭에서 가족문집 출판기념회를 열어서 엄마표 동동주 청주를 친지들과 나누어 먹을 생각을 하니 그것만으로도 입가에 즐거움이 띄어 오릅니다.
우리에게도 인생의 횡혼역이 기다리고 있으니 관조의 세계에 몰입은 못해도“인생은 다 그런 거지 뭐!”하고 마음만 새겨 먹으면 퇴임 후 제3의 인생도 가의 “배운 자나 못 배운 자, 가진 자나 못 가진 자, 산 자나 죽은 자” 별 것 아니고 똑 같다는 말과는 달리 일전에 조선일보에 현대출신의 어느 CEO는 전원생활에 50 여만 원이면 책 읽고 이웃과 경조사에 다니면서 만족하는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했으니 우리도 그런 인생을 즐길 수 있지 않을 까요.
저의 아내도 벌써부터 치사 후에는 고향으로 돌아가 남은 인생 고향에 봉사하면서 살아갈 각오와 준비를 하고 있으니 우리 인생 잘 살아온 것 맞죠?
존경하는 선후배께서도 혹 치사 후에 한가로운 시간 나시면 저의 고향집에 들러주시면 같이 차 나 동동주라도 함께하는 즐거움을 갖고 싶습니다. 아직은 정년이 남았으니 주말에만 고향집에 머물고 치사 후에는 완전한 전원생활을 할까 합니다. 부디 건강들 하십시오.
-- 2006년 대동강도 풀린다는 우수를 맞이하면서--
솔직히 "致仕" 라는 단어와 그 뜻을 오늘 처음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장인어른 말씀처럼 정년퇴임을 하시는 분들께 어울리는 좋은 말인것 같습니다.
주말이면 북천에 가셔서 찾아오신 손님들 맞으시고, 툇마루나 야외식탁에서 맛있는 고기를 구워 좋아하시는 동동주 한잔 권해주시는 그런 모습이 안빈낙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세상을 살아오셨기에 이런 것들이 더욱 어울리는것이라 감히 생각합니다.
장인어른, 장모님 두분이 지금처럼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06/04/10- Delete
흰나리
아빠의 직장 생활도 6년 남짓 남았군요.
그래도 제 친구들 중에서 아버지가 아직 직장에 다니는 친구 별로 없는데
우리아빠 대단하십니다.
퇴임후의 생활을 지금부터 준비하시는 엄마, 아빠는 젊은 시절 고생을 보상 받을만큼 아주 멋지게 사실거라 믿습니다.
아참! 그리고 많이 버실때 딸래미 용돈 많이 챙겨주세요. (호호) 2006/04/14-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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