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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 천도재 2010/12/30
최주수 님의 글입니다.

百日 薦度齋

  세월은 빠르다고들 하는데 아내가  영영 떠나간지도 벌써 100일이 넘었다. 병마로 고생도 하고 평균보다 너무 일찍 떠나갔기에 생전의 우리가정과 가족들은 물론이고 조상들께 대한 헌신과 알뜰함을 생각하여 애틋함과 한스러움에 스스로의 위안도 얻고 불교에서 흔히 행하는 영가의 더 좋은 세상에로의 인도를 위하여 백일 천도재를 아들이 참석할 수 있는 사정도 고려하여 하기휴가가 절정일 때임으로 교통편이 걱정이 되기도 하였지만 실제보다 이틀 후인 8월 1일(일요일) 하동 북천 고향에 있는 北岩寺에서 지내기로 하였는데 서울에 있는 동생이 천도재에 대비하여 장마기에 비워둔 집 정리도 할 겸 휴가기에 먼저 내려왔다기에 기특하여 나도 7월 31일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하였는데 7시도 못되어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니 서울동생이 벌써 뒤뜰을 손보고 있어서 나도 정원수 전지정전 등으로 조금 거들기도 하였는데 아침이지만 폭염주의보가 내린 상태라 대번에 땀이 비에 흠뻑 젖은 듯하였다. 폭염에 시달려야 함으로 한 낮에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 무모한 것 같았고 해질 무렵에  집 뒤편 관상용 차밭 등의 잡초예취작업을 할 수 있었다.
저녁식사도하고 고향후배들도 볼 겸 냇가 <청정회가든>에 나가보니 몇몇 후배들이 모여 냇가에서 보신탕 먹는다고 법석을 떨고 있었으나 난 원래 그쪽은 취미가 없어서 소주 한잔으로 마무리 짓고 <청정가든>에서 우럭매운탕으로 소주한잔 걸치면서 동생과 함께 저녁식사를 때웠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종고모부 댁에 들러 이집 특산품인 매실주 한잔을 더 얻어 걸치고서야 집에 들어와 누었으니 그때서야 서울 동생도 친구들과 어울러 놀다 들어온다. 정말정말 오랜만에 형제가 모기장 안에서 같이 잠을 이루기도 하였다.

  아내의 천도재일이라 일찍 기상하여 정원과 축담의 누운향나무 등 손질을 좀 더 하기도 하고 동생도 예초기로 정원 손질을 마무리 지웠다.
서울에서 제수씨랑 제수 친구들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족들은 북암사로 가서 천도재를 모실 수가 있었다.
11시에 불경(천수경. 반야심경, 다라니경 등등)으로 시작된 천도재가 한시가 훨씬 지나서야 끝날 수 있었다.
이번 천도재에 나는 작년에 아내와 같이 맞춘 모시개량한복을 입었는데 이 옷은 작년 자형 칠순잔치에 아내와 같이 폼 한번 잡으려고 고급 주단집에서 거금을 들여 부부세트로 맞추었는데 칠순잔치가 유야무야되는 바람에 다음을 기약하면서 같이는 말할 것도 없고 아내는 한 번도 입어보지도 못하고 말았는데 나도 오늘 처음 입으면서 천도재 회향에서 아내 옷은 여러 이유로 불사르기로 하였다.
천도재가 끝나자 이젠 아내와는 정말 영영 이별인 것 같아서 눈물이 핑 돌았으며 아내의 사진을 바라보니 있으니 평소 잘 먹고 잘 지내면서도 아내 앞에서만 슬퍼하는 이중인격자라고 나를 째려보는 듯한  눈매가 나를 한층 더 슬프고 당황스럽게 하며 또한 사진은 태우기도 그렇고 하여 멍하니 서 있는데 마침 여식이 자기가 가져가 보관하며 어머니를 생각하겠단다.  연등을 태우는 회향에서 우리가족은 아내를 추모하는 마지막? 눈물을 다시 한 번 흘렀다.
제수씨는 자기 고향인 청암 청학동에 친구들과 같이 피서왔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깐 가는 길에 잠깐 만이라도 천도재에 인사라도 하고 갔으면 더욱 더 좋았으련만...
아들내외와 사위일행은 각자 자기의 생활터전으로 돌아가고 나는 고향집에 남아서 청학동  처가 곳으로 피서 간 동생이 돌아오면 조상들의 산소 벌초를 조금 빠르기도 하지만 온 김에 마무리하고 갈까 하여 나 홀로 남아 하룻밤을 보냈다.

청학동에 피서 간 동생은 재미에 흠뻑 빠졌는지 한 이틀 더 있어야 오겠다기에 마냥 기다리기도 그렇고 사실 난 예초기 등 기계치임으로 혼자서는 별 볼일 없으므로 나중에 틀림없이 마무리하겠다는 동생의 말에 있어보았자 별 소용도 없을 것 같아 부산으로 엊그제 돌아왔는데  이글을 쓰고 있는 목요일(5일)에 연락이 와서 하루 이틀 벌초를 하는 데까지 하고 서울 일터로 돌아가겠단다.
오늘은 부산에서 퇴직한 고교동창생들 몇몇이 모여 건강을 다지는 <목요산악회> 날이다. 전 번에 오랜만에 한 번 참석하고는 통 참석을 하지 못했었는데 한때는 야외실습으로 식물상이나 생태조사차 산에 가거나 비봉산악회의 등산이라도 할라치면 훨훨 날기도 하였는데 이젠 자신도 없고 자꾸 겁먹거나 망설여진다.    
이승은 한 여름이라 전에 없든 35°C의 폭염이 이렇게 몰아치고 있지만 원래부터 나와는 반대로 당신은 추위에는 약해도 더위에는 강했으니 이 쯤 더위야 문제도 없겠지만 이젠 당신은 사바세계를 떠나 아무 걱정 없는 극락세계에서 우리를 지켜봐주며 편안하게 지내시게나!   이젠 당신을 위해서라도 당신과도 영영 이별하고 싶으나 문득문득 떠오르는 당신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들도 많았으니 앞으로 그게 잘 될지 어떨지는 지내봐야 알겠지만......
여보! 정말 사랑했어요,  이젠 아듀......

                 경인년 입추를 며칠 앞둔 폭염기에,  남(의)편이,      


최주수 세월이 빠르다고들 하드니 벌서 경인년 세밑에 다달아 있습니다.
악몽같은 올해가 지나가고 나면 아내에 대한 미련도 점차 약해져 가겼지만 한스러움과 잘못했던 일들이 때론 주마등처럼 연상되지만 새해에는 꾹꿋한 자세로 살아가려 합니다. 저희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분들께서도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욱 건승하시고 행운이 뭉게구름처럼 피여나길 기원함니다 .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신묘년 원단에 ... 옥당 최주수 배상

2010/12/30 - Dele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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