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방==========

이곳은 흰나리 친정 아버지의 글을 올리는 공간입니다.

정년을 1년 앞둔 쓸쓸한 생일 2012/01/25
최주수 님의 글입니다.

정년을 1년 앞둔 쓸쓸한 생일

  앞으로 1년..... 내년 이 맘 때 쯤 이면 정년을 맞이하게 된다. 교직 경력 43년 대학에만 29년 보람 있는 교직생활이었다.
나의 퇴직 시까지만 이라도 아내의 암이 재발 되지 말기를 바랐지만 하늘의 순리를 어긴 것도 없는데 하늘은 아내가 필요해서인지 서둘러 데려가고 말았다.
작년에는 그래도 우물쭈물 하다가 외로움도 모르고 자식들과 같이 생일을 보낸 것 같은데  올해에는 모두들 자기 일에 바쁘고 시간적 여유가 좀 없다 보니 한자리에 같이 모이기도 힘이 든다. 아들은 내 생일인 10월 1일 토요일은 병원일로 바빠 뒷날 부산에 와 생일 파티를 하고 다음 개천절 날 이번엔 대구 처가에 들리지 않고 귀경하겠단다. 사실 돌이켜보면 너무도 당연하게 아내가 챙겨주는 생일이 그래도 마음이 제일 편했는데......

어제 아주머니께 부탁하여 오곡찰밥과 미역국은 끓인 후 사위, 외손자와 더불어 전날 저녁부터 미역국 시식이다.
매 토요일은 골프동호회의 조찬회가 있는 날인데 미리부터 나의 예고로 간단한 생일 조찬을 하겠다고 하였더니 동호회에서 생일 케익을 준비해 가지고 왔다. 저번에 준비 없이 김회장의 생일조찬을 가졌던 약수터해장국집에서 축가와 더불어 동동주와 케익도 먹고 하루아침을 열었다. 저녁에는 딸과 사위와 같이 집에서 식사가 예정되어 있었고, 내일은 점심과 저녁 식사 모두 딸, 아들 내외가 예약을 해두었다니 모처럼 가족 모두가 편안하게 함께 식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에 돌아와 봐도 별 할 일이 없어 서예를 하는 둥 마는 둥 시간을 보내다가 냉장고에 있는 햇밤을 까면서 작은 밤은 까기가 힘드니 주워오지 말라던 아내의 말이 불현듯 떠오른다.
또 무료한 시간을 잠시 보내며 국군의 날 기념식 중계방송을 시청하며 살짝 잠들었는데 김회장이 점심때 호떡을 먹으러 가자고 하지만 왠지 내키지 않아 집에서 냉동실에 있는 떡과 과일로 점심을 때운다.

하루 종일 뭔가 허전하고 쓸쓸하다. 간혹 만나 골프도 치고 대화하며 서로 마음을 열어 가며 잘 진행되면 과실을 맺을 것 같아 기대했던 女親은 내 생일날 아들의 초대가 있다고 하여도 가족과 계획된 일이라며 중국에 가게 되었다 해서 섭섭한 김에 앙탈을 좀 부렸더니 남을 배려할 줄 모른다며 그 때문인지 괜히 관계만 서먹해지게 되었고 생일축하의 인사도 없다. 아들은 또 다른 여자 친구라도 만나서 시간을 보내라고 하지만 이 또한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주위의 사람들이 독신생활이 길어져 그것에 익숙해지면 재혼이 어렵다하고, 나 역시 명절 제사의 어려움 등 여러 집안대소사에 서로 도움이 되면서 한편으로는 의지할 수 있는 새로운 인생을 즐겁게 함께 할 동반자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재혼이 그리 서둘러지지는 않는다. 옷장에 있는 옷들을 세탁소에 보내면서 그 옆에 놓여있는 아내의 사진을 보니 사진 속의 아내가 마치 나를 째려보는 것 같다. 살아있을 때 왜 좀 더 노력하지 못했는지, 년말행사에 술먹고 들어와 술냄새 난다고 쫒겨난 침대에 새해연초에 침대에 다시 와서 자라는 허락도 이행하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마지막에 좀 더 따뜻하게 마음을 감싸주지 못했는지 내가 너무 미워진다.
지난번 일요일에 고향 선산에만 잠깐 다녀와서인지 고향 종고숙은 코스모스ㆍ메밀꽃 축제도 한창이며 산에 밤도 많이 떨어져 있으니 주울 겸 연휴 때 오라고 하지만 추석 전부터 건강에 조금 이상이 생겨 술도 한모금도 못하고 병원에 다니다 보니 마음도 우울해져 만사가 귀찮게 느껴진다.

주위사람들이나 선배홀아비들 충고처럼 “네 인생 네가 찾아 자식들 눈치 보지 말고 빨리 또 다른 반려자를 찾아 재출발을 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정년 전에 그렇게 해야 한다고 나도 전적으로 수긍을 하면서도 실행에는 별 자신이 없다.
이럴 때 일수록 먼저 간 아내가 원망스러우며 그리워지는 것은 인지상정인가 싶다. 지금 여식(재민이 엄마)이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내 힘의 미약함을 느끼면서 당신이 있었다면 智多(아내의  아호)의 혜안으로 잘 해결하였으리라 생각하면서 하늘나라에서나 지켜보고 있다가 도와주길 기원해 본다. 여보! 또 생각이 나며 눈에는 또......

     당신 없는 2번째 생일을 맞으면서 신묘년을 보내려하며  , 옥당 최주수 찬    


장모님같은 분은 안 계시겠지만 그래도 이젠 장인어른께서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친구같은 분이 필요하리라 생각합니다.
하루 하루가 그리 편치는 않으시겠지만 건강 유의하시면서 너무 약주 많이 하시지 마시고, 어서 좋은 분 만나셔서 여유로운 시간만큼이나 여유로운 생활을 하시기를 바랍니다.
저는 장인어른의 결정을 충분히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응원하겠습니다.

2012/02/13 - Delete
이전글

  재혼 [2]

최주수  
다음글

   아내<智多>의 一周忌를 맞으며

최주수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위로... 메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