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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내 인생 2012/11/09
최주수 님의 글입니다.

     꽃과 내 인생

유행가 가사나 시에서 등장하는 가장 빈도 높은 언어가 “사랑”과 “꽃”이라고 여겨진다. 또한 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정상상태에서는 없으리라 생각된다.  
나는 간혹 제자들 결혼주례를 할 때에는 신부를 온실에서 자란 꽃에다 비유하여 이제는 영원히 뿌리내려 살아갈 본밭으로 옮겨심기를 하는 상황에 곧잘 비유하기도 하면서 찬란한 꽃을 피우기 위하여 먼저 활착과 왕성한 생육을 위한 사랑을 당부를 하기도 한다. 이 세상에 꽃과 사랑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 있겠느냐만  유달리 아내는 꽃을 좋아하여 아파트 현관안의 실내정원용 여분은 물론이고 베란다에는 아내가 가꾸다가 두고 간 화분이 사십여 개는 되어 지금은 생기를 다소 잃었지만 아직도 생존하고 있어 작년 재작년은 화분갈이도 하지 못하여 올해 초봄에는 꼭 분갈이를 해야 하는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

아내생전에는 초봄이 되면 앵초, 시네라리아, 시크라멘이나 가을이 되면 국화, 매리골드 등의 초본을 한껏 구입해 성가실 정도로 화분에 식재해 주길 부탁받곤 했는데 화분에 정성을 쏟아 특히 삽목이 잘되는 사계절베고니아나 스킨답스 등은 많이도 번식시켜 친지들에게 분양을 해주기도 하여 농담으로 간혹 “농학박사하고 같이 살다보니 화분박사가 다 되었어요” 하기도 했는데 나는 지금은 전공이 조금 바뀌었지만 학부시절에 원예학을 전공한 나보다 꽃과 교분을 나누는 정도가 훨씬 정겨워 자기가 “병상에 있어 돌보지 않으면 생기를 잃고 퇴원하여 돌보면 확연이 생기를 찾아 간다”는 말을 하곤 하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북천 고향에는 넓은 터에 고가인 생가가 빈집으로 남아있어 아내의 주장으로 별장으로 새 단장을 하면서 자연폭포 옆에 정자(川松亭)도 하나 지어 여름철에는 대밭의 바람소리를 벗 삼아 휴가철이나 주말에는 암 회복과 건강증진을 위하여 지내기도 하면서 울타리는 개나리 생울타리로 바꾸고 울타리 주변에는 예부터 심겨져 있든 약용식물인 음나무, 두릅나무, 골담초, 오갈피나무, 산상나무, 느릅나무를 가꾸며 안쪽으론 반송, 금목서, 서향, 동백, 백목련 등의 목본식물의 정원수를 중심으로, 마당가나 정자주변에는 새롭게 철쭉과 해당화도 심고 중앙의 작은 연못가에는 공작단풍나무 한그루와 붓꽃 종류나 꽃창포를 또한 인근야산에서 파다 심은 할미꽃, 얼레지, 금낭화, 제비꽃, 옥잠화 등의 야생초본류를 재식하여 어울리게 하였으나 이제는 정성껏 돌보는 사람이 없어 조금은 빛을 잃었기는 하지만 아직도 야생성을 발휘하여 모질게 살아가고 이곳저곳에는 약용이라고 심은 하얀민들레가 봄이 되면 가치를 발휘하고 있다.

새봄이 되면 전년에 지고만 가지에 새로이 꽃이 피어나 지고피고 되풀이 하지만 <Man is mortal>이니 나뭇가지도 오래되면<花無十日紅>이라고 결국은 생명체를 잃게 될 것이므로 나를 유혹하고 폭 빠져들게 하였든 찬란한 꽃들에 대한 예찬도 때론 허무한 생각이 들기도 하며 늙고 병들면 죽고 만다는 생명의 대순환의 이치를 깨닫게 한다.  
오늘은 자연대 졸업식이 있는 날 축하받은 한다발의 꽃을 안고 있는 학생, 축하객들에게 꽃을 팔려고 바동거리는 꽃장수들의 여기저기 전시한 화려한 많은 꽃들을 보면서 이젠 너희들의 찬란함도 곧 끝나게 된다는 것을 느끼면서 다시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야 한다고 다짐해 본다.

이젠 새로운 인연을 만나 개성에 맞는 빨강꽃, 하얀꽃, 노란꽃 등의 새 단장으로 고향의 별장을 승천한 아내의 염원대로 가꾸고 전승하면서 다시 새롭게 꾸며보고 정원에는 꼬불꼬불 작은 물줄기가 흐르는 별장으로 가꾸면서 정년이후를 허무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삼모작의 꽃과 같은 내 인생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싶다.

    임진년 초춘에, 자연대 졸업식을 마치고, 최주수 찬
      (2012년  문학도시 4월호 p114~116 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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