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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웠던 여름을 보내고 2013/11/07
최주수 님의 글입니다.

무더웠던 여름을 보내고

  벌써 9월에 접어들어 2학기가 시작되었다. 이젠 명예교수로 공식강의도 한 학기 남은 것 같다. 강의시간표와 교과목이 어떻게 배정되었는지 학교에 들렀더니 강의시간을 꽉 채워야 하는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생물일반 실험을 배정한 것 같다. 교수계획서를 짜주고 실험주제 당 중점 문제만 사전에 조교에게 주지시키면 실험은 실험조교가 진행하니 시간진행에 운영의 묘를 살려서 진행할 수 있는 과목이다.
8월말에는 고향 선산에 벌초하러 갔더니만 정말 잡초들이 우거지고 벌초에 참여하는 후손들도 점차 줄어드니 앞으론 조상벌초도 힘들겠다 싶다. 아버지 살아생전 인생설계와 생업에서 선친의 덕을 본 고향후배가 마침 벌초를 도와줘 계획보다 하루 만에 일찍 끝나서 서울 동생도 바쁜 일이 있어 서울로 저녁에 귀경하고 싶다고 하고 그래서 나도 생가에서 하루 머물면서 지내려고 부산에서 만들어간 술안주와 반찬을 그대로 싸들고 토요일(31일) 늦게 돌아 올 수 있었다. 차가 김해부터 밀러서 집에 도착하니 늦어 졌지만 집에는 아내도 없고 하여 저녁식사 겸 아파트 뒷문 장어구이 집에서 이웃 박 선배와 함께 생탁 한잔 걸치면서 저녁식사를 때웠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앞으로의 장례문화와 벌초 등 조상숭배의 풍습도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지 세월 따라 한다지만 조상숭배의 정신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 안락 S.K. 아파트는 “미소가 있는 정겨운 고향마을 아파트”라는 슬로건 아래 많은 행사와 소통의 모임을 갖고 있는데 이번 소통회 하계 나들이는 쏘가리탕이 유명한 산청 생초가 목적지였지만 회로에 빈집으로 정리가 안 되어 풀이 짙은 북천 나의 생가도 잠간 들리고 유명한 하동 술상 전어 축제에 참가하여 전어회와 구이도 맛보기도 하였는데 정말 고향마을 같은 살기 좋은 아파트임에는 틀림없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다가 사정상 해운대로 이사 간 여식이 아빠 걱정이 되었던지 이사 가기 전 많이 활약하였던 우리아파트 홈페이지에 들어와 보니 돌아가신 엄마와 이사 간 딸 자신은 물론이고 아빠의 칭찬사연도 있는 것을 보고 부인을 떠나보내고 여식도 이사 간 아파트에 살고계시는 아빠를 많이 걱정했었는데 “칭찬합시다” 코너에 이웃의 칭찬을 받으면서 잘 어울러 간다니 고맙기도 하여 옛날의 향수에 여식이 엄마 생전에 우리 아파트 홍보방송에 출연한 방송을 감사하다는 글과 함께 동영상으로 올렸더니 조회가 폭주하며 덧글이 넘쳐난다.
나도 전에는 관심을 갖지 못한 아파트 홈페이지에 이사 가기 전 같이 살 때 올린 여식의 여러 가지 글과 사위의 지난 글들을 사려 깊게 보면서 과거회상에 접어들면서 눈시울이 젖어든다.
  살아생전 그때 많이 다투기도 하였지만 왜 그리 자꾸만 과거로 돌아가 생각이 얽히는지? 역시 성현들의 말처럼 조강지처라는 사자성어에는 그 속에 함축된 의미와 역사들을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아 이젠 좀 더 노숙해져서인지 스스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지?

물론 특별한 정으로 맺어진 부부관계가 아니면 봉사나 희생보다는 안락과 편함을 추구하겠지만 노년에 새로 맺어진 경우는 더 한층 노력 없이는 정말 서로 맞추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살아온 환경이 전혀 다르며 같이 동요되어 익숙할 시간도 전혀 없었으니...
어제 점심은 공직에서 퇴직한 서울 누님이 마침 간호학회일로 해운대에 계셨는데 잠간 가보려고 하였으나 누나도 개별적 시간내기가 여의치 않고, 나 또한 김회장 농장에서 약재 넣은 돼지수육의 예정된 약속 때문에... 저녁은 아파트 소통회 회원들과 전어회와 매운탕으로, 오늘 아침은 토요조찬회로 ‘둘매집’ 국밥으로 잦은 과음과식으로 속이 편할 날이 없어요.
오후에는 미루어 왔던 지인의 인디언 리모델링 개업에 잠시 들러 화분으로 축하도 해주었고 사위의 초청대로 해운대 사위집에 가서 여식이 정성껏 마련한 불고기에 저녁 겸 쇠(소)주라도 한잔 하였더니 한동안 떠돌던 마음이 좀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때마침 메마른 대지를 포근히 적셔주길 바라는 가을비가 감질나게라도 내려 조금이라도 적셔준 덕분에 선선해진 가을에 들어선  9월의 첫 주일을 보내면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다(秋男)”를 흥얼거리며 퇴직 후 처음 맞이하는 추석명절이 부담스럽게 다가오는구나 하고 유수 같은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면서 떨어지는 낙엽소리에도 가슴 죄며 고독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색이 넘쳐나는 가을을 기쁘게 맞이하고 뭔가 좋은 일을 만들고 싶다.
  
     2013년 9월 7일 가을을 맞으며, 최주수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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