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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이 유수처럼 빨리 흘러갔지만... 2017/05/07
최주수 님의 글입니다.

7년이 유수처럼 빨리 흘러갔지만...

세월의 흐름을 옛 선조들은 유수와 같다고 했고 ‘라 훈아’는 고장도 없이 빨리 흘러간다고 노래 부르고 있다. 아내가 승천한지 어제가 꼭 양력 상으로 만 7년째이다.
어제 여식이 지금 집사람이 장기입원 하여 있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나물이랑 특히 내가 좋아하는 머위를 시댁에서 가져왔는지 이 서방을 통해 보내왔다. 이서방과 술 한 잔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재민 아빠는 모르는 것 같았고 난 다음날  오전에 치과예약도 되어 있었기에 어제는 그냥 지나쳐버렸는데 치과의사도 한잔해도 좋다고 하니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옛 생각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서방과  오랜만에 다음 날 한잔을 나눌 수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가면 지나간 일 들이 희미한 옛 추억이 되면 좋으련만 7년 전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서 운명한 아내를 부산 동의대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송해 오던 생각만 해도 눈물이 맺히는 것은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 생각된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알뜰하게 가꾸어 온 집안 살림 하며 훌륭히 키워온 자녀들, 십년의 중등교사직을 사직하고 유학을 소망하는 남편의 뜻에 따라 남편을 유학시키기 위한 고생 감내, 큰며느리 특히 가부장적 고풍이 심한 파산한 소종가의 종부로서 어려움들. 교사로서의 직장생활, 암과의 투병으로 30여년의 교직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직하던 회한, 지금 생각하면 아내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우고도 제대로 돌봐주지 못하였으니 병이 생긴 것 아닌가 하고 세월이 갈수록 마음의 빚은 더 커져만 가는 것 같다.  
지나간 일차 투병 중 고통 중에도 빨리 정리하면 생이 빨리 정리되어 끝날 것 같다면서 천천히 정리해둔 앨범들을 보고 있노라면... 특히 일본 유학중 겨울방학 중에 일본을 방문하여 내 바쁜 시간 중 일주일 정도 시간을 내어 같이 한 여행... 동의대학에 자리 잡아 그 후에도 일본에 객원교수로 파견되어 있을 때 방문하여 유학중 일본세화 로타리클럽(名古屋南)과 동래로타리의 자매클럽(鶴舞西)을 같이 방문한 일 등 아스라이 떠오른다.
위암 치료로 5년이 경과하자 완치되었다며 자신을 가지며 기뻐하던 일들이 생생히 기억되는데 재발되어 그 통증을 이기지 못하면서도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던 기억들도 잊을 수가 없다. 인명은 재천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왜 마음에 걸리지 않게 아내를 편하게 해주지 못하였을까하고 중환자실에 들어간 후 이야길 제대로 나누지도 못하고 마지막이 된 인공호흡기 설치를 생각만 해도 내가 미워진다.

지금 집사람도 간 종양으로 거의 한달 가량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지만 다행히 양성이라니 걱정할 것은 없다고 하지만 내게 전생에서 간호사로서 잘못한 무슨 원죄가 있는지...이런 일들이 되풀이 되니 아플 때  집사람에게 마음에 걸리지 않게 잘 해주어야지 생각하면서도 급한 성격에 상처를 주게 되는 행동을 하게 되는 수양 덜된 내가 서글프고 딱하기도 하다.
며칠 전 운명한 지 만 7년째 되는 날 여식이 꿈에서 어머니를 봤다고 이야길 들었는데 난 승천한 아내에겐 술 먹고 주정부린 원죄가 많은 지 아직 한 번도 꿈속에서라도 만난 적이 없는 것 같다.  
죄 많은 나를 용서해주고 여행을 무척 좋아한 당신 훨훨 자유롭게 천국여행이나 하면서 저승에서 기회가 된다면 다시 만나길 바라면서 안녕을 고합니다.

2017년 4월 27일 깊은 밤에, 옥당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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