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나리방==========



즐거운 제주도 여행
   | 분류 :   | 2010·07·26 17:41 | HIT : 1,235 |

재민엄마와 재민이가 여름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던 유월의 어느날, 문득 이번 여름에는 어디를 가볼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재민엄마에게 어디 여행 가자 그러면 장모님이 떠나시고 안 계신 슬픔에 당연히 가지말자고 할 것이 분명하기에 혼자서 계획을 세워보았습니다. 한창 성수기에는 어디를 가도 고생이니 방학을 하자마자 떠난다, 그리고 기왕 갈거라면 조금 의미있게 다녀올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 생각하며 몇군데의 여행지를 알아보다가 회사 휴양소도 안 되고 해서 회사 총무부에 제주도 콘도 이용을 결제 올리고는 비행기표를 끊었습니다.
일주일 뒤 제주도 콘도 이용이 불가하다는 연락이 총무부에서 왔습니다. 점식식사를 하며 회사 동료들에게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니 누군가가 에어텔로 예약하면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고, 표도 쉽게 구해진다고 하더군요.
곧바로 대한항공에 접속해서 우리 가족 세명의 에어텔을 신청했고 그 다음날 바로 예약이 되었습니다.
재민엄마에게 이런 사정을 얘기하니 창원의 본가 부모님도 같이 가실 수 있는지 여쭤보고 가능하다 하시면 추가로 예약을 하라고 합니다. 장인어른은 마침 다른 곳으로 고등학교 동창분들과 함께 여행계획이 있으셔서 창원 본가 부모님께 전화를 드리니 흔쾌히 그러자 하십니다.
사실 우리 가족 세명꺼만 달랑 예약하고 나니 마음 속으로 부모님이 많이 걸렸는데 자기가 알아서 먼저 같이 가자 해준 재민엄마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7월 16일 금요일에 재민엄마와 재민이가 방학을 했습니다. 토요일 밤 늦게 우리 집에 오신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일요일 아침에 김해공항으로 가는데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습니다. 모처럼의 휴가이고 여행인데 그간 너무 줄기차게 내리는 장마비때문에 여행을 망치지나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비행기를 타고 제주에 내리는 순간부터 그런 걱정은 한낱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마치 필리핀 같은 동남아에 온 것처럼 너무 뜨겁고 무더운 날씨는 제주도 같은 바다 휴양지를 이번 여행의 목적지로 정한 것이 참 잘한 것이다 싶었습니다.





제주공항에 내려 주차장에 있는 렌트카 간이 사무실에서 미리 예약해 둔 승용차 한대를 받아서 곧바로 점심식사부터 했습니다. 재민엄마가 강추한 물항식당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는 제주관광 책자를 펴고 어디로 갈 지 정했습니다. 사실 제주도는 관광지가 다 비슷비슷하고 몇차례나 다닌 탓에 어디 안가본 곳도 없고 해서 그냥 발길 닿는데로 가서 구경하고 맛난 음식을 배불리 먹자 생각했는데 목적지를 정해두지 않으니 우리 재민이가 선택권에 있어서 주인공이 되어 버립니다.





제일 먼저 간 곳이 "유리의성"인데 유리 조각 및 작품들이 많은 곳이더군요. 야외를 많이 다녀야 하다보니 솔직히 너무 더웠습니다. 하지만 한바퀴를 다 돌고는 곧바로 서귀포 쪽으로 가려던 계획을 바꿔 서커스를 보러 갔습니다. 한시간여 진행된 서커스의 수준은 그리 높지는 않았지만 정말 시원하게 실내에서 잘 쉬다가 나왔습니다.
재민이가 노래를 불렀던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옆 익스트림아일랜드에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랑 재민이가 관람을 하는 사이 재민엄마는 주차장 나무 그늘 진 곳에서 음악을 듣고 있었고, 난 월드컵 경기장 사진을 찍다가 차에 오니 재민엄마가 장모님 생각이 많이 나는지 눈에 눈물이 고인 채 울고 있었습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천제연폭포에 들러 폭포 구경을 하고는 맛있는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어디로 가서 제주에서의 첫날 저녁 만찬을 즐길까 하다가 서귀포에 있는 바이킹바베큐라는 음식점으로 갔습니다. 흑돼지구이와 바베큐, 이렇게 각 2인분씩 4인분을 시켰을뿐인데 정말 너무 푸짐해서 다 먹기가 힘들 정도였습니다. 서귀포 앞바다와 이름 모를 섬을 바라보며 먹는 운치좋은 음식점이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한참 동안 맛있게 식사를 하고는 드디어 우리의 숙소인 서귀포 KAL호텔에 도착했습니다.
좀 더 큰 방은 아버지, 어머니가 재민이가 함께 주무신다고 하기에 재민엄마와 우리는 우리 숙소에 와서 짐을 풀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특급호텔이라는데 서비스 해주는 건 별로 없고 전부 다 유료였기에 급히 차를 타고 나가 생필품과 음료 및 주류, 그리고 과일을 사가지고 호텔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는 수박에 맥주 한캔씩을 하며 밤늦게까지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호텔 조식은 너무 푸짐했습니다. 식빵에 버터나 잼 발라서 먹는 재민이가 안쓰러운지 재민엄마는 전복죽 한그릇이라도 먹이려고 하지만 재민이는 지녀석이 선택한 빵과 우유가 만족스러운지 재민엄마의 말을 통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푸짐하게 호텔 조식을 먹고는 해수욕 할 준비를 해서 제주도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중문해수욕장 대신 파도가 잔잔하고 애들 놀기에 좋다는 표선해수욕장으로 갔습니다.




표선해수욕장은 너무 좋았습니다. 부산만 일찍 방학을 했을뿐 서울이나 제주도의 학교도 월요일에 방학을 했다는걸 월요일에서야 알게 됐는데 그래서인지 해수욕장은 너무나 한산했습니다. 아무리 걸어나가도 허리까지밖에 잠기지 않는 해수욕장은 파도도 거의 없었지만 물은 시원했고 정말 부드러운 백사장과 맑은 물은 그곳을 떠나기가 싫을 정도였습니다. 팔뚝만한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는 것까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정말 좋은 해수욕장은 우리가 사는 부산권의 사람만 엄청 많은 해수욕장과는 그 질이 다르다는걸 확연히 알 수 있었습니다.
오후 2시경까지 뜨거운 햇빛이 작열하는 해수욕장에서 놀다가 간단하게 샤워하고 다시 서귀포로 가서 인터넷에서 봐 둔 식당인 덕성원에 갔습니다. 아버지는 본점에서 게짬뽕을 잘하고, 아들은 분점에서 굴짬뽕을 잘한다는 글을 보았는데 여름이고 해서 게짬뽕을 먹으러 간 덕성원은 오후 늦은 시간이었지만 손님이 제법 많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맛을 본 게짬뽕은 정말 둘이 먹다가 하나가 죽어도 모를만큼 환상적인 맛이었습니다. 부모님들과 재민엄마도 모두 만족해하며 찬사를 보낸 짬뽕 한그릇에 우린 모두가 행복했습니다.




솔직히 너무 더웠습니다. 하루종일 해수욕장에서 놀고, 게짬뽕까지 먹고 나니 어디 시원한 곳에 가고만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 관광지 중에서 시원한 곳을 찾기가 너무 힘들어 서귀포 월드컵경기장 안에 있는 영화관으로 갔습니다. 진작부터 재민엄마가 한번 같이 보자고 한 "포화속으로" 라는 영화를 두시간여 동안 재미있게 본 후 월드컵 경기장 스탠드에 들어가 구경하고 사진 찍으며 놀다가 저녁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해물뚝배기를 먹으려고 "제주할망뚝배기"에 갔더니 재료가 다 떨어졌다고 겨우 저녁 7시에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떻하나 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곳이 진주식당, 이곳 진주식당의 뚝배기도 너무 맛있었고, 또 해물을 좋아하지 않는 우리 재민이에게도 서빙하시는 아주머니가 너무 친절하게 이것저것 많이 갔다주시고 신경써 주셔서 오히려 많이 미안할 정도로 서비스가 좋은 곳이었습니다. 가게 입구에 자리깔고 귤을 파시는 할머니께 귤 한봉지를 5000원에 사서 우리는 우리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KAL호텔 앞의 정말 너른 산책로를 따라 걷다가 잔디 위를 가로 질러 걸으며 저녁 산책을 한 후 숙소에 돌와와 샤워를 한 후 또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는데 재민이는 너무 피곤한지 샤워 후 침대에 눕자말자 바로 곯아떨어져 버리고 우리도 잠시 이야기를 하다가 각자의 방에서 조금 일찍 취침했습니다.




이젠 제주도를 떠나와야 할 마지막 날, 조식 후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한 다음 호텔을 떠나오는데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어 있었습니다. 성산포항에 들러 우도가는 배편의 티켓을 끊은 후 배를 타고 가다보니 바닷가에는 구름이 하나도 없이 햇빛이 또 쨍쨍 내려쬐이고 있었습니다. 자그마한 서빈백사 해수욕장 입구에 잠시 주차하고, 또 멋진 전망이 있는 곳에서 사진도 찍다가 우도 등대로 갔습니다. 제주올레길 리본을 따라 우도 등대가는 길을 따라 오르는데 재민엄마는 힘든지 못올라간다고 떼를 쓰고, 그래도 억지로 억지로 데리고 올라가 보니 정말 망망대해 바다와 아름다운 우도의 풍광이 한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다 보였습니다.  






등대에서 내려 와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입에 넣고는 우도 동편을 따라 운전해 가다 보니 작은 차도 다리 넘어 비양도라는 섬이 있었습니다. 너무 작은 섬, 하지만 다리로 인해 섬이 아닌 그 곳에 홀로 서 있는 등대와 그 등대에 가는 길은 썰물때에는 열리고 밀물때에는 닫히는 그런 길이었습니다. 제주 바다라 까만 현무암에 뒤덮힌 쓸쓸한 비양도 등대를 뒤로 하고 우도를 떠나 우린 다시 성산포로 돌아왔습니다.






늦게 아침 식사를 하긴 했지만 너무 배가 고팠습니다. 하지만 어중간하게 뭘 먹어버리면 마지막 저녁이 맛이 없을 것 같아 좀 참아서 제주의 "흑돈가"에 도착했습니다. 작년에 처가집 식구들과 함께 제주에 왔을 때 장인어른 친구분이 사주신 그 흑돼지 맛은 일년이 지난 올해에도 마찬가지였고, 고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으시는 어머니가 제주에서 드신 음식중에서 제일이라며 칭찬이 마를 줄을 몰랐습니다. 5인분 주문하고 더 추가할 것도 없이 푸짐한 그 곳에서 된장찌게까지 먹고는 공항으로 갔습니다. 우도에서는 그리도 햇볕이 내려쬐이더만 우리가 성산포를 떠나올 때부터 하늘은 흐렸다가 간혹 소나기를 내리기도 하였습니다. 공항에 다 다다랐을 무렵 제주 바다 위에서 육지로 커다란 무지개가 나타났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바라보는 무지개는 우리가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서 이륙을 하는 그 순간에도 선명하게 제주시를 가로 지르며 서 있었습니다. 공중을 나는 비행기 안에서까지 무지개 구경을 하고 그런 무지개를 사진 찍는다고 재민이가 즐거워 하다보니 어느새 우린 김해공항에 도착을 했습니다.




이제는 언제 또 제주도에 갈런지 모르겠습니다. 거의 매년 가다보니 더 이상 새로운 곳이 없기도 하지만 제주도 가는 것이 그리 저렴하지는 않기에 차리라 그 돈으로 해외에 나가는 것이 더 나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번 갔다 오고, 두번 갔다 오고, 세번 갔다 오고 나니 그만큼 많은 추억들이 생겨납니다.
특히 올해에는 그동안 열심히 직장생활하신 아버지께서 정말 마지막 직장을 그만두고 나오신 해이기에 그걸 감사하고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제주도에는 갔다온 것은 참 잘한 일 같습니다.




저번주 이때쯤에는 표선해수욕장에서 해수욕장을 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일주일여 시간이 흘러가 버렸습니다. 그리고 며칠전부터 작열하는 태양과 끈적끈적함이 온 몸을 휘감는걸 보면 정말 확연한 여름입니다.
이 뜨거운 여름, 이제 제주같이 먼 곳엔 가지 못하겠지만 우리집 부근에서, 가까이 있는 시원한 곳을 찾아 아내와 아들 녀석 데리고 간단하게나마 피서 몇번 더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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