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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일기   봄날 아홉산 산행
[2011/04/09  :: ]

모처럼의 토요일이지만 이번주 주말은 좀 특별한 주말입니다. 작년에 돌아가신 장모님의 첫 기일이 월요일이라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시간이 바뀌는 자정에 첫번째 제사를 지내야 하기에 우리 가족에게는 여러모로 많이 바쁜 주말이 될 것이 당연하고 나 역시도 토요일 오후에 농산물 시장에 과일을 사러 가는 과제를 집사람으로부터 부여받았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를 제외하고는 한주 내내 빼곡하리만큼 술자리가 많아 많이 피곤한 한주였지만 주말을 앞둔 금요일밤에는 언제나처럼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일어나기 무척이나 힘든 토요일 아침이었지만 재민이를 깨워 서둘러 미리 계획했던 아홉산으로 산행을 갔습니다.





우리집에서 회동동 179번 버스 종점을 지나 아홉산 입구까지 택시를 타고 가서 들머리를 잡는데 예전에 왔었던 길이건만 들머리를 착각해 한 5분여간 헤매다가 다시 도로로 나와 앞서 가는 등산객을 따라 무사히 산으로 발길을 옮기기 시작합니다. 이틀전 비록 방사능비라도 비가 내려 그런지 먼지 하나 나지 않는 푹신한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참 기분이 좋았습니다. 고전압 철탑이 있기에 잠시 휴식, 그리고는 이내 다시 된비알길을 오르다보니 들머리에서부터 오르막길만 한 30분여 걸었나 드디어 아홉산의 첫번째 봉우리인 해발 260미터 하영봉에 도착했습니다.






집에서 올 때 멋진 호수가 보이는 편안한 길이라 재민이에게 얘기했는데 지녀석에겐 그리 편안하지만은 않았는지 우리 징징이가 내내 징징거리기 시작합니다.
"아빠, 많이 남았어요?"
"아홉산이 봉우리가 아홉개라 아홉산인데 이제 하나 올랐다. 앞으로 여덟개는 더 올라야지."
하영봉에서 내리막 그리고 오르막 너머 이산까지 오르는데 재민이는 걷기가 싫은지 자꾸 시간과 거리만 물어봅니다. 아홉산이 예전에 인천이씨 문중의 산이었다고 하더니만 회동동에서 오르는 길에 나타나는 봉우리에는 왠만하면 다 李山이라고 적혀 있는데 재민이는 그게 신기한지 왜 산이 나라 소유가 아니고 개인 소유인지 물어봅니다. 지녀석이 생각하기에 산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 다니기에 개인 소유는 없다 생각한 모양입니다.





하영봉-이산-이산-이산을 지나니 이젠 東山이라는 작은 정상석이 서있는 봉우리가 나타납니다. 산봉우리라는 실감이 나지 않는 작은 봉우리의 연속인 아홉산이었지만 전망바위에서 한반도 모양으로 생긴 회동수원지도 구경하고, 그 너머 금정산과 고당봉도 예전에 가본 재민이는 금정산과 고당봉이 정말 높다면서 환호를 지릅니다.
드디어 도착한 아홉산의 여섯번째 봉우리인 아홉산 정상, 정상석을 벗삼아 사진도 찍고 집에서 준비해간 시원한 청포도를 먹으며 한참을 쉬는데 마침 같이 정상에 있던 산행객들이 재민이에게 집에서 안놀고 아빠따라 산에 왔다며 대견하다고 칭찬들을 많이 해주십니다.
아홉산 정상석이 있는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바위에서 밧줄을 잡고 내려온 재민이는 그게 재미있는지 밧줄이 더 없냐고 물어보지만 사실 그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재민이에게 신경을 쓰느라 나는 상당히 긴장했었습니다. 그냥 편안한 산길을 걷는건 좋지만 아직 경사가 심한 바위는 아빠가 보기엔 열한살 꼬맹이에게는 그저 위험한 장애물일 따름입니다.





산길은 이전과는 달리 별다른 경사없이 그저 편안하고 푹신하기만 합니다. 아홉산 정상석 봉우리 이후로 어디가 봉우리인지 그리고 또 어디가 능선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지만 내내 재잘거리며 걷는 아들 녀석과 함께 걷다보니 회동수원지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타났습니다. 철마로 가야하는 우리이기에 곧장 직진하여 걷다보니 어느새 철마로 내려가는 마지막 봉우리가 나타났고 그 봉우리에서 조금 내려오다보니 철마면이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바위가 나타납니다.
잠깐 쉰 후에 다시 하산을 재촉하는데 경사가 상당히 심하고 돌이 많은 탓에 재민이가 그만 다리가 살짝 접질렸나봅니다. 그래서 손을 꽉 잡고 조심스럽게 천천히 하산을 하는데 3월에 산불이 나서 방화범을 현상공모한다는 플랭카드가 붙어있는 검게 그을린 산을 따라 내려오니 어느새 우리가 목적했던 날머리인 밤나무집으로 무사히 하산을 했습니다.






"재민아, 우리 추어탕 먹고 가자."
"근데 아빠, 추어탕이 뭘로 만드는 거에요?"
"미꾸라지, 근데 재민이 너 추어탕 잘 먹잖아?"
"근데요 아빠, 다른거 먹으면 안되요? 추어탕 말고 다른건 없어요?"
"그러면 여기 한우가 유명한데 고기 사줄까?"
"예, 좋아요. 근데 엄마도 없는데 우리끼리만 고기 먹어도 될까요? 엄마도 전화해서 오라고 합시다."
우리 집안에 효자가 났습니다. 재민이말처럼 재민엄마는 부르지 못했지만 아들 녀석이 원하는 거라 멋지게 잘 지은 깨끗한 식당에 들어가 한우갈비살 삼인분에 냉면과 된장찌게, 그리고 소주 하나와 음료수 하나를 시켜 정말 배부르게 멋진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고는 택시를 콜로 불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천천히 걸었음에도 세시간 조금 더 걸린, 진달래가 만발한 멋진 트레킹 코스인 아홉산 산행길.
걷는 내내 징징거리고 투덜거리고 때로는 환호를 지르는 아들 녀석과 모처럼 많은 얘기들을 주고 받았습니다.
평상시에는 잘 해주지 못해 늘 미안한데 토요일에 놀러가지 않고 아빠랑 함께 해준 아들녀석이 고맙고, 또 이런날이라도 잘 해줘야지 하며 비록 집사람이 제사 준비로 빠지기는 했지만 4월의 가족산행도 참 잘했다 싶습니다.
화창한 봄날, 편안하게 푹신한 길을 걸었던 즐거운 산행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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