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방==========

이곳은 흰나리 친정 아버지의 글을 올리는 공간입니다.

아내<智多>의 一周忌를 맞으며 2011/10/14
최주수 님의 글입니다.

   아내<智多>의 一周忌를 맞으며

  세월은 참 빠르다고 들 하는데 영겁으로 보면 천년도 수유라는데 일 년은 정말 눈 깜작할 사이다.
주위는 봄이 와 있다고 산수유, 매화도 피고 개나리도 피어 있건만  마음은 답답하다.
전 전번 주에 정말 오랜만에 고향 별장에 들렀건만 내 마음을 아는지 “春來 不似春” 아직도 봄기운을 느끼지 못하였다.
  설날 이후 처음 찾은 가족묘원의 산소도 아직은 말라버린 잔디로 찬바람이 느껴진다.
횡천 골프장 가는 길에 동행인도 같이 산소에 들려 예를 갖추고는 특히 너무 일찍 승천한 아내 앞에서 어떻게든 좀 더 잡아서 같이 있지 못하고 노력이 부족했던 나를 자책하면서  할 말을 잊고 멍하니 한 동안 상념에 잠겨본다.

  제자사랑에 대한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때나, 집안을 다시 흥성하게  일으켜 세워 잘 살아보겠다고 또한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그렇게 애써든 모습이며 자녀 교육에 열성을 쏟아 부어 성공사례에 꼽히는 등, 누구에게도 지지 아니할 스스로 승화된 강한 투지의 투병력 이며... 일 년 전 당신만 산에 두고 집에 내려올 때의 심정--적어도 일 년 간은 당신을 위하여 지장경을 읽으면서 음주가무도 삼가 하겠다던 마음의 약속이 잘 지켜지지 아니 하였다는 것을  떠올리면서...... 일 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또 눈물이 맺힌다.
  고향집에 내려와 보니 오랜 가뭄과 이번 혹독한 추위로 몇몇의 정원수는 아내를 따라가는지 봄이 되어도 회춘할 것 같지가 않았다.

  그간 일 년을 보내면서 관념에만 젖어있지 말고 소설의 주인공처럼 용감해지고 건강하게 새 출발을 해야 한다고 다짐한 것처럼 훌훌 털고 일어나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당신은 날 외롭게 혼자만 남겨놓고 일찍 떠나감으로 나에게 충분히 반성의 기회와 벌도 주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도 생생하게 당신이 생각나는 것은 미련을 다 버리지 못하였기 때문이겠죠.
대개들 권하는 일반적 상식이 통하는 당신을 위해서라도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야 된다고 다짐하면서 2000년 당신에게 짐을 지우고 일본에 교환교수로 가야만했던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원망만 할 때를 생각하면서 헤어질 수 없으니 떨어져 있으면서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서 다시 시작해 보자던--어머님의 병환이 좋아져서 시간 내서 일본에 바람 씌우러 한 번 오래도 오지 않겠다던 당신이 내가 설날에 제사 모시러 왔다가 방학 중이여서 같이 10여일 일본에 가서 원룸인  학교외국인숙소에서 지내면서 20여 년 전 내 유학시절 당신의 방학 중 잠시 와서 잠깐잠깐 시간 내서 아끼고 아끼며  여행하던 추억을 회상하면서 서로의 오해의 실마리가 풀려 이해의 싹이 트듯이  -- 그때의 심정으로 돌아가 모든 걸 새로 시작해야 하겠다고 ...

   여보! 이젠 정말로 극락세계에서 열반의 기쁨을 맛보시구려! 다시는 일찍 간 당신을 원망하며 눈물 흘리지 않을게.  그래도 이번 우리아파트 동대표 등 입주자대표 선거에서 줄 지워 서서 운구차를 전송하던 주민들의 종신반장이었던 당신에 대한 미담 이야기와 입주자  대표회 하회장님의 일주기에 보내온 香燭代를 생각하면서 짧지만 아름답게 살아온 당신을 내 생애에서는 잊지 않을게!  떠나기 전까지 宗婦로서의 해야 할 일 다 한다고 숙제로 남았던 5대조부터 마지막 부모님의 수비건립의 뒷바라지까지 완수한 당신을 고이 보내 드리고 싶소, 당신의 문인 등단에 부쳐 아는 것이 많고 지혜롭다고 당신의 문필 아호로 내가 작명하여 추천한 <智多> 아호에 당신의 성을 부쳐 趙 智多!를 고저장단을 달리하여 부르면 뉘앙스가 다르다며 마음에 든다고 좋아하며 ID나 이-메일에도<Jida cho>를 사용하든 당신을 떠올리면서 이제는 부디 안녕을! 암 없는 세상에서 극락장생을 다시 한 번 기원하면서.

    당신의 일주기를 며칠 앞두고((2011년  4월), 항상 남의 편이었던 남편이.  



이전글

  정년을 1년 앞둔 쓸쓸한 생일 [1]

최주수  
다음글

  아내를 떠나보낸 후 맞이하는 나의 첫 생일

최주수  

Copyright 1999-2021 Zeroboard

위로... 메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