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부터인가 5월 15일 스승의 날이 이상한 형태로 비춰지는 부분이 있어 안타깝다. 이날 휴교하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스승의 날을 2월달로 옮기는 학교도 있다. 그래도 우리 학교는 아침에 간단하게 기념식을 하고 오전 수업을 했다. 우리 가족은 고인이 되신 할아버지를 비롯하여 아버지, 어머니, 흰나리가 다 교직에 몸을 담고 있다. 그래서 더 의미있는 스승의 날!!!
스승의 날은 아이의 선생님을 찾아 뵙는것 보다는 아이와 함께 본인의 옛 스승을 찾아 뵙는다면 더욱더 의미 있는 날이 될거라 생각해본다.

일주일전부터 작년에 졸업한 우리9반의 악동들에게 문자가 오기 시작한다. 혹시 날 찾아와도 일찍 퇴근 할까 두려웠나보다. 오전 근무만 하면 되는 날이였음에도 아이들의 발걸음이 헛되지 않게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일 먼저 상훈이가 쵸코 케익을 하나 들고 반가운 얼굴로 나타났다. 고작 몇 개월 지났는데도 몸이 훨씬 커져버린 우리 상훈이가 대견해 보인다. 부산외고에 진학한 상훈이는 이왕 온 김에 3학년 후배들의 교실을 창현, 유경이와 함께 돌아다니며 학교 홍보를 했는데 혹시 상훈이가 실수는 하지 않을까하는 조바심에 카메라 들고 나도 따라 다녔다.

아이들끼리 연락을 다 했는지 양운고는 수련회 때문에 오질 못했구 대부분의 아이들이 진학한 학교 별로 각자의 교복을 뽐내며 모여들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성숙해 진것 같아 기특하고 눈부셨다. 졸업한 제자들이 찾아오면 비싸고 맛있는것 사주라고 재민아빠가 신신 당부를 했지만 25명이나 찾아온 아이들을 감당할 수 없어 자장면을 시켜줬다. 단체로 오지 말고 개별적으로 오면 좀 더 맛난것 사줄수 있는데 이렇게 무더기로 오니 고작 자장면 밖엔 못사주는 내 스케일이 시간이 지나고 나니 후회가 된다.

찾아가면 랍스터 사 달라고 문자를 보내던 호주, 한번씩 다정하게 안부를 물어주던 지빈, 아직도 나를 걱정시키는 우리 성혁이, 락밴드의 자랑인 예현이가 이번에 성적도 아주 잘 나왔다는 반가운 소식, 감천에서 신시가지까지 달려와 부일외고 교복이 멋지다며 자랑하던 우리반 급장 동현, 여전한 촉새 홍길, 꿈이 많은 얼짱 수린, 귀염둥이 득원, 밝은 모습이 보기 좋은 무홍

그림을 시작했다는 지원, 전교 1등을 한 민지, 반장이 된 정원, 손재주가 많은 루비, 우리반의 오락부장이며 소식통인 다연, 똑똑한 소리, 늦게 숙녀티를 내며 온 혜민, 사복으로 왔다가 집에가서 다시 이쁜 교복으로 갈아 입고 온 세은이와 희섭, 맘은 여리고 착한데 자꾸만 어른들을 걱정시키는 우리 현태, 이쁜이 수빈, 파장 분위기에 나타난 혜미 모두모두 나의 소중한 보석들이다. 맘 같아서는 아이들 다 데리고 노래방에 가서 이들의 스트레스를 풀어줄까 했는데 오후에 약속이 있어 점심 먹고 아쉬운 이별을 했었다. 더 많은 얘기도 하고 싶었는데......

집에 와서 재민이 유치원과 태권도 학원에 보낼 약밥을 만들고 있는데 정이 많은 정원이와 동생같은 현진이에게 전화가 왔다. 교무실에 왔는데 선생님이 퇴근하셨다며 안타까워 하는것이다. 나도 정말 안타까웠다. 다음날 교무실에 현진이와 정원이가 남기고 간 쪽지와 음료수를 발견하고 정원이 급장 됐다고 자랑하며 이웃 선생님들과 나눠 마셨다. 아이들이 커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생각나는 나의 스승님들께는 문자와 전화를 드리고 가까이 있는 재민이 유치원과 학원에는 직접 약식을 만들어 갔었는데 다들 좋아하셔서 나 또한 보람되고 즐거웠다.

저녁에 친정에 가니 성인이 된 제자들에게 꽃바구니가 왔다며 엄마가 자랑을 하신다. 나도 엄마, 아빠처럼 학생들의 기억속에 존재할 수 있는 교사이고 싶다. 우리 부모님을 잊지 않고 저녁 사드린다고 찾아오는 제자들도 참 감사하다.
올 스승의 날에는 친정아빠가 교육부장관 표창장도 받으셨다. 주어진 여건과 시간속에서 교직에 몸 담고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교사이고 싶다. 아니 교직을 떠난다 해도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사가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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